[백기자의 문화산책] 흙으로 꿈을 빚어내다.

이리고은 공방지기를 만나다.

백명희 기자 | 기사입력 2022/06/19 [18:50]

[백기자의 문화산책] 흙으로 꿈을 빚어내다.

이리고은 공방지기를 만나다.

백명희 기자 | 입력 : 2022/06/19 [18:50]

 

[백명희 기자] 학창 시절부터 많은 대회에서 입상하고 인정받은 실력자이면서도 아직 도예가라는 거창한 이름이 부끄럽다고 그냥 흙 쟁이라고 불러달라는 김정애 작가.

그녀의 이야기를 풀어보려 한다.

 

시내에서 한참을 내달려 도착한 공방은 아파트 상가 2층의 작은 공간에 있었지만, 통로 쪽 유리전시관을 통해 보이는 아기자기한 소품들, 재활용품과 도자기를 접목한 독특한 아이디어 소품들이 저마다의 표정으로 오가는 이들의 시선을 붙잡고 있었다.

 

▲ 바닷가에 버려졌던 나무토막들을 주워와 생명을 입혀준 작품이라고 한다.<사진=백명희 기자>



여러 종류의 유약들과 흙으로 채워진 여느 공방들과는 다르게 쓰레기장에서 봐왔던 폐품과 접목된 독특한 분위기의 작품들로 채워진 작업실이 흥미롭게 다가왔다.

어려운 이웃을 도우려고 기부를 약속한 아기자기한 소품들을 바쁘게 포장하고 있던 김 씨가 수줍게 웃으며 반겨주었다.

이웃을 도우려고 만든 것이기에 판매하는 것들보다 더 정성을 들여야 한다고 말하는 그 고운 마음이 꽃을 닮아있다,

그러한 마음이 조금이라도 더 전달되길 바라며 포장 종이 하나하나 직접 그림을 그려 넣고 따뜻한 마음마저 함께 포장하는 김 씨의 정성에 마음이 뭉클했다.

 

▲ 아기자기한 악세사리가 아름답다.작지만 큰 마음이 느껴진다.<사진=백명희 기자>



▲ 작품을 설명하는  김정애 작가. <사진=백명희 기자>

 

▲ 따뜻함까지 포장하는 김씨의 모습<사진=백명희 기자>




 

내가 예쁜 생각을 한 번씩 할 적마다

예쁜 꽃잎이

하나씩 돋아난다지

 

내가

고운 말 한 번씩 할 적마다

고운 잎사귀가

하나씩 돋아난다고

 

꽃나무들이

나를 보고

환히 웃어

 

나도 꽃이 되기로 했지

나도 잎이 되기로 했지...

 

이해인 수녀의 시이다.

 

겁이 많을 것 같은 유난히 큰 눈, 진달래의 분홍이 묻어있는 앞치마를 두르고 수줍게 인사하는 이리고은 공방 김정애 작가의 모습을 보고 왜 이 시가 떠올랐을까.

전시된 다양한 작품들마다 꽃을 품고 있기 때문이었을까 꽃장식으로 치장한 모습 때문이었을까. 이웃을 향한 그녀의 마음이 꽃을 품고 있었기에 그 향이 내게도 미쳐 그랬나 보다.

김 씨와의 첫 만남은 이렇게 꽃으로 시작되었다...인터뷰 내내 살아온 이야기를 수줍게 풀어내는 김정애 작가.

 

수많은 시간이 눈물조차 사치일 만큼 버거운 과정의 연속이었지만 1200도가 넘는 고통 속에서 오히려 불순물을 걸러내고 작품이 되어 나오는 흙덩이를 보며 위로받고 살아갈 수 있는 긍정의 힘을 배웠다고 한다.

작품이 잘 나오면 잘 나와서 감사한 마음을 배웠고, 못 나오면 돌아보고 반성하면서 부족함을 채워왔기에 이렇게 마음을 울리는 작품들이 탄생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미리 준비한 커피를 수줍게 내밀며 권하는 김 씨와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공방 이름이 참 이쁘다. 어떤 의미인가.

-어릴적부터 집이 참 가난했다. 그래서 대학시절 만든 대부분의 작품들이 다 어둡고 죽음과 연관되었다. 이제는 아름다운 작품을 만들고 싶어 이름을 지었다.

 

힘들고 아팠던 과거에서 벗어나 이제는 아름다운 삶을 살고 아름다운 작품을 만들고 싶어 5년을 고민하며 지었다는 이름. 이리고은 공방.

 

만원짜리 한 장이 없어 이웃으로 빌리러 다니며 절망의 터널을 헤매던 대학시절이었기에 김씨의 삶이 반영된 작품들은 어두울 수 밖에 없었다고 한다.

 

아름다운 삶이 너무나 간절했고 한 번도 살아보지 못한 밝은 세상을 소망했기에 이름을 지어놓고 그렇게 행복했다는 김씨의 표정에 눈물이 묻어난다.

 

자신의 삶이 고은 삶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만든 도자기들이 이제는 주변인들에게도 기쁨을 전달하는 매개체가 되기를 바라지 않았을까.

 

▲ 베품을 실천하는 공방. 이리고은<사진=백명희 기자>



코로나19로 얼마 안되는 월세를 내는것도 버거웠지만 일주일에 꼭 한 번은 어려운 아이들에무료 수업을 해주고 있다고 했다.

항상 배고파하는 아이들의 허기를 채워주다보니 정작 본인은 컵라면 하나로 배를 채울때가 많단다.

그래도 작은 베품이라도 실천할 수 있는 지금이 얼마나 행복한지 모르겠다고 말하는 얼굴에 고운 꽃 하나가 또다시 피어난다.

 

도자기만 할 줄 아는 바보이기에 도자기를 통해 아름다운 행복을 전하고 싶다는 김씨의 작은 소원이 꼭 이루어지길 바래본다.

 

다음 기사에서는 이리고은 공방의 김정애작가와 나누었던 여러 가지 이야기들과 도자기에 대한 신념과 철학등을 본격적으로 다루어 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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