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반려인 천만 시대 반려문화의 현 주소를 묻다.

백명희 기자 | 기사입력 2022/03/27 [14:46]

[칼럼] 반려인 천만 시대 반려문화의 현 주소를 묻다.

백명희 기자 | 입력 : 2022/03/27 [14:46]

▲ 작년 12월 구조 후 겁에 질려 있던 녀석의 모습   <백명희 기자>

 

▲ 건강하게 자라고 있는  크림이   <백명희 기자>

 

[백명희 기자] 작년 12월이었나 보다그 녀석을 구조하려고 엎드렸던 찬 바닥의 냉기가 생생하게 기억되는 걸 보니 12월이 맞는거 같다. 

 

친구들과 기분 좋은 식사를 마치고 집으로 가는 길이었다. 인근 공원 쪽에서 고양이 한 마리가 차도 불빛을 향해 뛰어들다 사고를 당하는 게 보였다불행인지 다행인지 미쳐 어미 고양이 속도를 따르지 못했던 녀석이 겁에 질려 냥냥 거리며 혼자 남게 되었기에 어쩔 수 없이 어설픈 구조를 하게 되었다. 

 

그냥 두고 지나가자니 찬 바람에 얼어 죽든 오가는 차에 치이어 죽든 오늘부로 저세상 고양이가 될 게 불 보듯 뻔한 일이라 뒤 일은 생각지도 않고 고양이게 다가갔다. 

 

지금 생각해 보면 차도에서 사방으로 뛰어다니는 우릴 보며 추운 날 미쳐 날뛰는 이상한 여자들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싶다다행히 녀석은 인근 공원 쪽으로 달아나 주었고 근처 마트 계단 철판 사이로 숨어들었다.

 

한참을 쪼그려 앉아 야옹거리며 꼬드겨보아도 묘생 첫 경험에 너무 놀라서인지 꼼짝할 생각을 안 했다. 이런 일로 119에 신고를 해도 되나 어쩌나 고민하고 있을 때 한 친구가 바짝 엎드려 철판 밑으로 손을 넣어 다행히 녀석을 구조할 수 있었다.

 

순순히 잡혀 주지 않고 추운 날 고생시킨 게 미안해서였을까, 아니면 이제 의지할 곳 없는 천애 고아가 되었음을 직감적으로 감지하고 사람의 품이라도 의지하고 싶어서였을까앵앵거리고 도망가고 숨던 모습과는 달리 자꾸 품속에 파고들었다.

 

태어난 지 한 달이 조금 넘었을까, 여리고 작은 솜뭉치에서 전달되는 따뜻한 체온에서 새삼 생명의 소중함이 느껴졌다어미 품이 그리워서였겠지만 자꾸만 품으로 파고드는 어린것을 안고 여기저기 연락을 해봐도 맡아줄 마땅한 곳이 없어 일단은 집으로 데리고 와서 고양이 구조활동을 하고 계신 지인분께 연락을 드렸다.

 

사정은 딱 하지만 이미 구조한 고양이들도 입양이 안 되어 너무 어려운 상황이라며 일단은 병원에 가서 질병 관련 기본 검사를 해서 임시 보호를 하고 있으면 입양처를 알아봐 주겠다고 했다.

 

집에 노령견을 키우고 있어서  이 녀석을 함께 키울 여건은 안 되고, 앵앵거리며 자꾸 품을 파고드는 녀석이 안쓰럽기는 하고, 아파트 단체톡에 혹시나 사랑으로 키워주실 분이 있을까 글을 올렸는데 얼마 못 되어 인상 좋은 부부가 오셔서 잘 키워보겠다며 데리고 갔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오늘 이쁜 녀석과 인연을 맺게 해 주셔서 감사하다며 녀석의 영상이 담긴 메시지 한 통이 날아왔다.

 

"크림이랑 인연 이어주신 백O희 님께 감사해요, 크림이가 집에 오고 나서 집이 더욱더 활기차고 화목해졌어요" -00

 

그 녀석의 이름이 크림이 인가보다노르스름한 털옷을 입은 녀석에게 어울리는 크림이란 이름을 지어주려고 한참을 고민했을 주인 부부의 따뜻함이 고맙게 새겨졌다.

 

까맣게 잊고 있었던 일이기도 하고 죽을뻔했던 녀석의 소식이라 참 반가웠다. 무엇보다 이렇게 잊지 않고 영상까지 찍어서 잘 지내고 있다는 안부를 보내주는 이웃의 마음이 따뜻하기도 해서 구조에 동참했던 동지들에게 영상을 보내주며 감동을 함께 나누었다.

 

매일 퍽퍽하고 우울한 뉴스만 듣고 지내다가 소소한 문자 한 통이 주는 묵직한 감동에서 아직은 살 만한 세상임을 느껴본다찬 바람 속에서도 봄 향기가 느껴지듯 이제 우리 마음에도 따뜻하고 희망찬 봄이 올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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